喪中 '정치법문(法問)' 들려주는 김종필 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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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사건25시 작성일15-02-24 11:22 조회1,3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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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허업, 정상은 고독…”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 아무리 맹수라도 잘해주면 내 고마움을 알 걸로 생각하지만, 호랑이는 그런 것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 정치를 잘 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으니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김종필 전 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는 정치인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김 전 총리의 조언들이 불가(佛家)의 법문(法問)에 비견되는 깊은 정치철학을 담고 있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평생 대한민국 현대정치사를 관통하는 산증인으로 살아온 구순(九旬)의 노 정치인이 슬픔 속에서 쏟아내고 있는 한마디 한마디는 ‘참을 수 없는 정치의 가벼움’을 보이고 있는 현 정치권과 이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는 바로 이런 것’ 이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여야를 망라한 정치권 인사들은 조문도 조문이지만 김 전 총리의 ‘한 마디’를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빈소를 찾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실제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엔 김기춘 비서실장, 이완구 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심대평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서청원·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정운찬 전 총리,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정우택·양승조 의원, 정진석 전 의원 등 유력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이 대거 몰려 조문을 마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근령 씨와 지만 씨도 빈소를 찾았다.
 
이어 23일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빈소를 찾아 김 전 총리를 위로했으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비롯한 안희정 충남지사, 강창희 전 국회의장,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등 충청권 인사들도 부랴부랴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권선택 대전시장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리는 문재인 대표에게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 책임제 해서는 큰일 못한다. 내각책임제를 잘하면 17년도 (권력을 맡을 수 있다), 그러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5년 대통령 단임제를 하지만, 5년 동안 뭘 하느냐. 시간이 모자란다. 대처가 영국에서 데모하고 파업하는 것 12년 (재임)하고 고쳤다”며 “5년을 지탱하는 것, 별 대과 없이 지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위로를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설 인사 차 자신을 찾아온 이완구 국무총리에게는 “가끔 대통령한테 직언하라고, 잘못한다 잘한다는 비판을 하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자리에서 일절 (그런 얘기를) 입에 담지 말라고 했다”고 공개했다. “특히 박 대통령께서 여성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게 섬세하실 텐데, 그런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를 국무총리가 자꾸 하거나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국민한테 자꾸 이야기하지 말고 입을 다물고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가서 건의 드려라. 밖에 나와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했다고 자랑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했으니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김무성 대표에게는 “정상이 외롭고 괴롭고 고독한 자리인데 잘 좀 도와드리십시오”라며 “도와드리면 반대급부가 있을 거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에게는 “싸움할 땐 대가리 터지도록 싸우면 좋은데 옛날에는 싸우고 나서도 전부 가서 술을 먹었다. 근데 요즘은 술도 나눠먹지 않고 뭐 하는지 몰라. 야당은 여당을 자꾸 이기려 하면 싸움뿐이다. 지고서 이겨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내가 우스갯소리를 좀 할까. 인간이 어떻게 하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느냐. 미운사람 죽는 걸 확인하고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있다가 편안히 숨 거두는 사람이 승자야. 대통령 하면 뭐하나. 다 거품 같은 거지. 천생 소신대로 살고, 자기 기준에서 못했다고 보이는 사람 죽는 거 확인하고, 거기서 또 자기 살 길을 세워서 그렇게 편안하게 살다 가는 게….” 평생 2인자로 ‘1인자’를 꿈꿔왔지만 아내의 주검 앞에서 결국 모든 것이 허업(虛業)이었다는 김 전 총리의 메시지가 꼭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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