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헌병대 윤일병 사건 '대충 수사'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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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25시 작성일15-01-22 00:57 조회1,1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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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은 초동 수사과정에서 '살인 가능성'이나 '간부들의 여죄'까지를 꼼꼼히 짚었어야 했지만, 수사·공판 기록을 살펴보면 현장 조사 등을 맡은 헌병들은 '대충대충' 수사로 일관했다. 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수사기록에 있는 진술서와 헌병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보면, 헌병은 주범인 이아무개 병장 등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폭행 사실만 확인할 뿐 '폭행의 의도'까지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한 달 넘게 괴롭힘과 폭행이 지속됐고, 특히 사건 당일인 4월6일 이 병장 등이 윤 일병에게 입안 가득 냉동식품을 머금게 한 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에서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때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에 대한 질문은 일체 하지 않았다. 윤 일병이 '일을 못하고 대답이 느리다'는, 폭행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듯한 답만 들었을 뿐이다.






수사가 아니라 가해자들의 해명성 진술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헌병대는 또 윤 일병이 폭행당하고 있던 기간 동안 윤 일병을 면담했던 대대장 임아무개 중령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헌병은 2월18일 전입한 윤 일병이 3월3일 생활관에서 이아무개 상병한테서 처음으로 "말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가슴 부위를 맞은 사실을 4월9일께 확인했다.






윤 일병의 병영생활기록부를 보면, 윤 일병은 이 상병에게 맞은 다음날인 3월4일 대대장과 면담했다.폭행을 당하고 있던 3월12일, 윤 일병을 면담한 본부포대장 김아무개 중위도 폭행의 '전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 중위는 "(윤 일병이) 포대로 올라가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지만 시간을 내어서 면담을 실시했다.






현재 적응 실시 중이며 선임들이 착하고 잘 챙겨줘 아픈 곳도 힘든 곳도 없이 임무수행중이라고 함"이라고 단순히 적었을 뿐이다. 윤 일병이 왜 폭행 사실을 말하지 못했는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음이 드러나는 지점이다.헌병 조직의 특성상 징계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부실수사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까지 군법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사단장 '입속의 혀'가 바로 헌병"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민간에서는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체포할 수도 있지만 군조직에서는 사단장 밑에 바로 헌병대가 존재한다. 지휘관이나 군조직에 불리한 내용은 은폐나 조작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군법무관 출신인 다른 변호사는 "피해자를 생각한 인권의식이 있었다면 헌병 조사 단계에서 간부들이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를 왜 몰랐는지,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 미필적 고의 부분이 있는지 등을 정밀하게 수사했어야 한다.






보통 검경 수사지휘권을 이야기하면 검찰이 힘이 더 세지만 군대는 정반대다. 보통 헌병 수사 단계에서 어디까지 징계하고 처벌할지가 짜여지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를 더 해보겠다고 나서는 군검찰은 '돌아이' 소리 듣기 쉽다"고 했다.또다른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도 "민간과 달리 군법무관이 헌병을 지휘하지 못한다. 외부 감시기관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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