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사건' 피해자들 "노무현 변호사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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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작성일15-01-29 01:00 조회1,6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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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다시는 우리가 겪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합니다." 25일 대법원의 부림사건 재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부림사건 피해자 5명 가운데 고호석(58)·설동일(58)·이진걸(55)·최준영(62)씨는 부산지방법원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처구니없는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33년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자라는 딱지를 뗀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예전보다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이유로 국민 누구나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주를 이루고 있어 오용과 남용의 위험성이 여전하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분단 상황을 악용하여 공포정치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더는 국가보안법을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의 재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검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들은 "국사 교과서에도 유신정권과 5공정권이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해 국민을 탄압했다고 명기하고 있는데, 검찰만은 조금도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금도 살아 있는 권력에만 충성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에는 특별히 두 사람의 이름이 올랐다. 전두환 군사정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림사건 피해자 19명의 변호인을 자처했던 노무현·이흥록 변호사다. 고호석씨는 "요즘이 1980~90년대 공안정국과 닮아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불안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 노무현 변호사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가족의 고통을 떠올렸다. 무역업을 하고 있는 최준영씨는 "81년 9월 구속됐을 당시 8개월 된 딸이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갑자기 끌려가 옥살이를 하고 83년 8월 광복절을 맞아 특사로 풀려난 뒤 직업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 아내와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지금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고씨 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벌일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정통성을 상실한 군사정권이 조작한 전형적인 공안사건이라는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보탬이 된다면 소송을 벌일 생각이다.

앞서 부림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1981년 6~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학생 등 26명이 구속됐던 서울 학림사건의 피해자인 이태복(64)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2년 6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자, 지난해 5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는 이 전 장관과 가족들에게 10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부림사건 피해자 19명 가운데 아직 무죄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14명에게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심의 길이 열렸다. 부림사건 피해자인 김재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은 "99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재판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제대로 재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무죄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피해자들과 조만간 만나 재심 청구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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