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대 달랑 하나 집 팔고 빚 갚으면 남는 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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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근 작성일15-09-28 13:03 조회1,3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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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대 달랑 하나 집 팔고 빚 갚으면 남는 돈 없어

추석에도 쉬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나선 고령층이 많다. 치솟는 물가와 부진한 경기 속 생활비 부담은 커지는데 소득이 늘지 않으니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생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사이트가 구직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추석 때 단기 일자리를 찾는 50대 이상 중·고령층은 전체의 38.7%로 전 연령층에서 30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중 생계비 마련이 목적인 경우는 절반에 가까운 46.9%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은퇴한 세대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데에 원인이 있다.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은 자식들 학비나 결혼자금 등 뒷바라지에 쓰이고 그나마 남은 재산은 집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50대는 가구당 4억3025만원이라는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74.1% 주택 등 실물자산이었다. 60대는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 비율이 82.4%를 차지했다. 결국 내 집은 있어도 생활비는 늘 쪼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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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본격화되는 60대부터는 실질적인 소득이 없어지기 때문에 부담은 커지게 된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출을 받은 고령층의 절반 이상이 '만기 일시상환'으로 돼 있어서 원금 상환 시기가 오면 빚을 한 번에 갚아야 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고령 세대의 상환이 몰리면 고령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 변동의 위험에 노출돼있어 집값 하락시에는 유동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을 팔아 은행 빚을 갚더라도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없어 다시 경제난을 겪게 되고, 집값이 떨어지면 아예 집을 팔지 못해 빚을 연장할 수 밖에 없어 '부채의 늪'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  50대 이상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이미 지난 6월말 기준 44%를 넘어섰다. 특히 '베이비 부머(1955~1964년생)'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자영업 진출을 위해 빚을 내는 비중이 늘어나면 집단적인 가계부채 부실화에 놓일 위험이 크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집값이 급등했던 2000년대 중반 40~50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부채의 경우 금리하락 과정에서 만기 일시상환형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50대 이상 차주의 부채는 만기도래가 특정시기에 집중돼있어 구조적으로 대출금 상환에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고령층의 가계부채 증가는 노후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상 경제 전체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 속도가 다른 OECD회원국에 비해 빠른 편이기 때문에 향후 고령층이 보유할 가계부채의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는 거치식, 일시상환 방식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계약 만기시 차환대출을 하는 경우가 없어 부채의 원금이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퇴 이후 가계소득이 급감하기 때문에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은퇴 이후의 소득까지 감안해 보수적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임금피크제 도입 등 은퇴 이후 소득이 급감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형성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곽 연구원은 "가계의 부족한 금융자산을 형성하도록 하는게 고령화 부채 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정책 당국은 부동산 가격 안정, 세제 변경 등을 통해 금융자산 축적을 유도하고, 필요할 경우 재정 투입 등을 통해 실물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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